가을 여자
김미옥
가을앓이에 시름 깊어지면
홀로 길 떠나는 방랑자가 된다
깊은 눈물샘 자극하며
한발 앞서 걷는 슬픔 억지스레 밀어내고
가을 여자가 되어 길을 나서나
가을은 한 치의 자유도 허락하지 않고
빛을 모아 버무렸던 탱탱했던 날들과
마음 밖에서 서성이는 눅눅한 상념을
하나하나 들추며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간 난만한 생각을 불러들인다
보헤미안을 꿈꾸는 가을 여자의
성근 가슴에 생살 돋기까지
몸 부비며 우는 억새처럼
아픈 기억 눈물로 헹궈
모진 통증 덜어내면
아무 일 없는 것처럼 가을을 보낼 수 있을까
방랑자의 길을 가로막는
물음표 하나
아직도 해독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