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가 있는 풍경
- 윤성택-
넘어지고 나서 무엇을 보고 있었나,
깨진 상처가 욱신거리는 거울 안
이상할 것이 없었다
나무로부터 식음을 전폐한 잎들,
마지막이라는 듯 혼신을 다해
흔들리는 바람을 그려냈다
그때마다 물감을 다한 잎들이
빈 팔레트처럼 우수수 쏟아졌다
아까부터 벤치에 부려진 사내가
신문지를 덮고 잠들었고
바닥의 술병마저 오후를 자전하다 멈춰 섰다
어쩌다 이 고요가 캔버스가 되었을까
햇살은 죄다 껍질을 가진 채 반짝거렸다
그것은 내가 알고 있는 굴절의 것이 아니었다
마치 기억 속에 불빛 하나 켜 놓고
영원히 진열될 것 같은, 한바탕
바람이 그려지고 있었다
모두 먼지로 휩쓸려 흐려지고 있었다
이젤처럼 천천히 일으켜 세우자
자전거에 달린 금이 간 거울에서
툭, 조각들이 떨어지고 있었다
사진 : 삼락체육공원에서(by 떠나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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