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운영꽃을 아십니까
-이 경-
배가 고팠다
해동은 넘겼으나
그 봄엔 씨감자 한톨에도 회가 동했다
헛것을 보듯 빈 논에 어른거리던
보랏빛 구름
보리가 나기까지
대칼 부엌칼 닥치는 대로 들고 나섰다
나물죽 쑤어 헛배 채워도 해는 길어
마른 논바닥에 버짐같이 번져 나던
자오록한 희망을 아십니까
공출미 씨나락에 비료값 쪼개면
갚는 빚보다 느는 빚이 늘 많았다
어머니 넋 놓고 바라보시던
가슴팍 갈라지게 빼앗겨만 온 세월 삭은 논바닥
한숨같이 피어오르던 꽃
자운영을 아십니까
이런 건 가져가서 무엇에 쓰겠냐고
고운 때묻은 옥돌 다듬이 쓰다듬으시더니
빈손으로 떠나온 땅 흰고무신 코에
눈물같이 지던 꽃
그 꽃을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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