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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꿈처럼 흩어질 한평생인데

떠나는길(허호녕) 2008. 3. 3. 05:02

 

 

그랬다.

인생이란 것, 그건 나에겐 놀이터이다.

 

지금이니까 아파트 한쪽에 놀이터가 있고, 동네 근처에 따로 놀이터가 있는거지

나의 어린시절의 놀이터는 동네 골목이 다 놀이터였고, 학교 운동장이 온통 놀이터였다.

 

놀이터에서 땅 따먹기도 하고, 그네도 타고, 딱지치기며

구슬치기도 하며  해가 지는 줄도 모르고 놀았었다.

 

한 겨울에는 동네 냇가로 나가 썰매를 타며

흐르는 코를 손등으로 문질러 닦으면서도 지치는 줄을 모르고 놀았던 어린시절 

 

해가 뉘엿뉘엿 서쪽으로 지기 시작하면

이곳저곳에서 아이들을 불러들이는 어머니들의 정겨운 소리들이 들렸다.

 

그 소리에 따라 놀던 아이들은 손바닥을 탈탈 털며  하나, 둘 집으로 돌아가고

골목길로 스멀스멀 어둠이 찾아오고   

덩그러니 가로등이 비춰지고,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싸움소리의 흔적만이 

가로등과 함께 졸며 그렇게 밤이 깊어져 갔다.

 

드라마 '이산' 에서 정후겸과 홍국영은 인생을 또 이렇게 말했다.

정후겸: 내 아비처럼 그렇게 평생을 어부로 살았어도 나쁘지 않을거란 생각을 했었어.

홍국영: 사람의 인생이라는게 어부로 살아도 한평생, 만인지상의 권세를 누려도

똑같은 한평생일 뿐이지요. 눈 떳다 감으면 똑같이 꿈처럼 흩어질 한평생인데

어부로 산다한들, 임금으로 산다한들 따지고 보면 뭐 그리 유벌한게 있겠습니까.'

'그래도 자넨 권세가 좋겠지. 아니그런가?' 라고 정후겸이 묻자

'예 어차피 다를게 없다해도 전, 신나게 한바탕 놀고 갈 작정입니다.'라고 홍국영은 대답한다.

 

조선시대 연산조. 남사당패의 광대들은 인생을 이렇게 말했다.

이 징한 놈의 세상한 판 신명나게 놀다 가면 그 뿐!

인생은 신명나게 놀다가는 놀이판이라던가.

 

'귀천'의 천상병 시인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노라고 말하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노라고 말하리라고

그렇게 인생은 소풍나온거라고...

인생은 그런거였다.

땅따먹기도 하고, 고무줄놀이도 하며 싸우고, 울고, 웃으며

신나게 놀다가 밥먹으라는 어머니의 한마디에

싸우며 내 것으로 만들었던 땅 따먹기의 그 땅도 버려두고

미련없이 돌아서서 가버리는 그런것이 우리네 인생이리라.

 

소풍을 나온 인생도,

한바탕 신명나게 놀다갈 연극무대도, 놀이터인 인생도 돌아가야만 한다.

해가 서산으로 넘어가면 집으로 돌아오라고 부르시는 어머니처럼

하늘 내 아버지가 그만 놀고 오라고 부르시면 미련없이 돌아가야할 인생

신나게, 한바탕 놀다가야 하지 않겠는가?

후회없이, 부끄럽지 않게..

가서, 아름다웠노라고 말해야 하지 않겠는가..

 

 

    -  2008. 03.02 -




 

 



  
     





 

 

 

 

 

출처 : ♣ 눈물 거두어 빛살가루 채우시니 ♣
글쓴이 : 白殷映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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