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랬다.
인생이란 것, 그건 나에겐 놀이터이다.
지금이니까 아파트 한쪽에 놀이터가 있고, 동네 근처에 따로 놀이터가 있는거지
나의 어린시절의 놀이터는 동네 골목이 다 놀이터였고, 학교 운동장이 온통 놀이터였다.
놀이터에서 땅 따먹기도 하고, 그네도 타고, 딱지치기며
구슬치기도 하며 해가 지는 줄도 모르고 놀았었다.
한 겨울에는 동네 냇가로 나가 썰매를 타며
흐르는 코를 손등으로 문질러 닦으면서도 지치는 줄을 모르고 놀았던 어린시절
해가 뉘엿뉘엿 서쪽으로 지기 시작하면
이곳저곳에서 아이들을 불러들이는 어머니들의 정겨운 소리들이 들렸다.
그 소리에 따라 놀던 아이들은 손바닥을 탈탈 털며 하나, 둘 집으로 돌아가고
골목길로 스멀스멀 어둠이 찾아오고
덩그러니 가로등이 비춰지고,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싸움소리의 흔적만이
가로등과 함께 졸며 그렇게 밤이 깊어져 갔다.
드라마 '이산' 에서 정후겸과 홍국영은 인생을 또 이렇게 말했다.
정후겸: 내 아비처럼 그렇게 평생을 어부로 살았어도 나쁘지 않을거란 생각을 했었어.
홍국영: 사람의 인생이라는게 어부로 살아도 한평생, 만인지상의 권세를 누려도
똑같은 한평생일 뿐이지요. 눈 떳다 감으면 똑같이 꿈처럼 흩어질 한평생인데
어부로 산다한들, 임금으로 산다한들 따지고 보면 뭐 그리 유벌한게 있겠습니까.'
'그래도 자넨 권세가 좋겠지. 아니그런가?' 라고 정후겸이 묻자
'예 어차피 다를게 없다해도 전, 신나게 한바탕 놀고 갈 작정입니다.'라고 홍국영은 대답한다.
조선시대 연산조. 남사당패의 광대들은 인생을 이렇게 말했다.
이 징한 놈의 세상…한 판 신명나게 놀다 가면 그 뿐!
인생은 신명나게 놀다가는 놀이판이라던가.
'귀천'의 천상병 시인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노라고 말하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노라고 말하리라고
그렇게 인생은 소풍나온거라고...
인생은 그런거였다.
땅따먹기도 하고, 고무줄놀이도 하며 싸우고, 울고, 웃으며
신나게 놀다가 밥먹으라는 어머니의 한마디에
싸우며 내 것으로 만들었던 땅 따먹기의 그 땅도 버려두고
미련없이 돌아서서 가버리는 그런것이 우리네 인생이리라.
소풍을 나온 인생도,
한바탕 신명나게 놀다갈 연극무대도, 놀이터인 인생도 돌아가야만 한다.
해가 서산으로 넘어가면 집으로 돌아오라고 부르시는 어머니처럼
하늘 내 아버지가 그만 놀고 오라고 부르시면 미련없이 돌아가야할 인생
신나게, 한바탕 놀다가야 하지 않겠는가?
후회없이, 부끄럽지 않게..
가서, 아름다웠노라고 말해야 하지 않겠는가..
- 2008. 03.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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