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삶이란... ◈/의미있는→수필

당신들 그리살면 부처님도 외면합니다.

떠나는길(허호녕) 2011. 10. 14. 16:34

 

 

내일신 잘되라고 내식구 잘되라고
부처님 찾아와서 몇백날 빌어봐라
그심보 안고살다간 부처님도 외면해

 

범어사 경내는 꽤넓다.
지팡이를 짚은 꼬부랑 할아버지가 한걸음 한걸음 힘겹게 내려가신다.
차가 지나가면 산아래까지만 태워달라고 소리쳐본다.

 

몇대나 그냥 외면하고 지나간다.
요즘 세상에 태워줄리 만무하다.

 

하지만 여느 길가와는 달리 여긴 사찰안이고
절입구에 있는 마을버스 정류소까지도 꽤나 멀고
산아래 마을까지는 할아버지 걸음으로는 족히 하루는 걸릴게다.

 

내차를 멀리 주차해 놓아서 걸어가면서 생각했다.
아마도 내가 내려올때까지 저 할아버지는 그냥 걷고 계실거라고...
평소에 그리 살진 않지만 오늘은 착한일 한번 해볼 참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차를 빼서 내려오는데 몇분이나 흘렀지만
할아버지는 여전히 걸어가고 계신다.
내차 소리를 들으셨는지 걸음을 멈추시고 아직 내가 먼데도 손을 들고 계신다.

 

근데 할아버지 바로 앞에서 아기를 앉고 가던 젊은부부가 내차를 세운다.
할말이 있는냥 창문을 내려보라는 시늉을 한다.

'어... 안되는데.. 앞에 저 할아버지 태워야는데 이사람들이 태워달라면...'

 

창문을 여니 남자가 말한다.
"앞에 가는 할아버지가 몸이 많이 불편하신 모양인데 좀 태워주시죠?"
이런 댄장... 시켜서 하는꼴이 되버렸다...ㅡ.ㅡ
속으로 안그래도 그럴참이었습니다...하고

괜찮은 사람들도 있구나 싶다.

 

솔직한 마음은 내가 차를 가지고 내려올때 쯤에는 누군가 태워갔기를 바랬다...

 

마을에 도착해서 할아버지를 내려드리니
"성불하이소. 성불하이소 성불하이소."
그렇잖아도 꼬부라진 허리가 땅에 닿으신다...ㅠㅠ


난 불자도 아니고 불심이란것도 없다.
범어사에는 혹여 단풍이 들었나 싶어 잠시 사진 담으러 간것뿐이다.
내려오면서 할아버지께 들은 이야기지만 이날 범어사에는
유명한 큰스님께서 오셔서 불경을 읽어셨고 그걸 들으러 올라오셨던 모양이다.
그렇다면 그많은 차들은 대부분 불자이거나 불심이 깊어서 온 사람들일 것이다.


할아버지를 외면하고 내려간 그 차의 주인들은
과연 무엇을 얻으려 그절에 왔단 말인가.....


내일신 잘되라고 내식구 잘되라고
부처님 찾아와서 몇백날 빌어봐라
그심보 안고살다간 부처님도 외면해...

                               (되도 않는 시조한편 지어봤슴다 ㅎ by.떠나는길)

 

촬영지:범어사/떠나는길(허호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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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명 (아쟁 피리) - 김수철

 

범어사에 있는 500년된 은행나무에도 이렇게 은행이 열립니다... 대단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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